원자력분야의 공인 자격증은 크게 면허와 국가기술자격으로 분류할 수 있다. 면허는 원자로운영, 핵연료물질 및 방사성동위원소 취급 사업을 위해 원자력안전법에 의거하여 법적 선임해야 하는 자격이다. 원자력분야 국가기술자격은 면허와는 달리 이러한 법적 지위가 없다. 다만 방사선관리기술사는 SRI 면허와 동일하게 사용된다. 원자력기사의 상위 자격인 원자력발전기술사도 '기술사'라는 타이틀을 제외하고는 취득에 큰 메리트가 없는 마이너한 기술사(물기술사)라고 해도 무방하다. 기술사의 위치도 이런데 기사는 두말하면 입이 아프다. 원자력기사는 계륵같은 자격증이라고 볼 수 있겠다.
1. 원자력기사란?
2. 원자력기사 시험 일정 및 시험 장소
3. 원자력기사 시험 과목
4. 원자력기사 응시자격
5. 원자력기사 합격률
1. 원자력기사란?
"대기오염을 일으키지 않는 깨끗한 대체 에너지원으로 인식되는 원자력은 방사능오염이라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안전하고 효율적인 원자력발전과 방사성폐기물의 처리를 위해 전문 기술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 국가기술자격법에서는 일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원자력기술의 지식 습득 및 직무수행 능력에 대한 자격(원자력기사)을 관리, 운영하고 있다."
라고 큐넷에서 정의한다. 사실 원자력기사가 뭔지는 중요하지 않다. 내 손에 들어오는 것은 손바닥만한 자격증 수첩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효용성의 측면에서 왜 원자력기사가 '계륵'인지 살펴보자.
"기사를 따야겠다." 라고 처음 생각하게 되는 때는 대학생(졸업자 또는 졸업예정자)이다. 몇년 전만해도 취업에 기사자격증이 크게 필요가 없었다. 그래도 요즘은 원자력전공이 학사 달고 갈 수 있는 회사에서 서류합격의 필수조건으로 기사를 내걸고 있어서 좀 낫지만 이마저도 RI나 RM 면허로 대체가 가능하다. 혹은 일부 대학에서 학사 졸업논문이나 졸업시험을 기사자격증으로 갈음해줄 때 쓰이기도 한다. 이것 빼고는 효용가치가 없다. 애써 찾자면 4년제 대학을 나와서 전공공부를 아예 안 하지는 않았구나를 스스로 평가할 수 있는 정신적인 만족감 내지 뿌듯함? 정도일 것이다.(극한의 뿌듯함을 느끼고 싶다면 대학원에 가라.)
어찌저찌 나름 전공을 살려 취업을 한 직장인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때 원자력기사의 효용가치는 회사에서 주는 한 달에 꼴랑 몇 만원 주는 자격수당이다. 물론 정년퇴직 할 때까지 받는 자격수당을 다 더해보면 1,800만 원(5만 x 12개월 x 30년) 정도 되겠다. 8개 학기로 나누어 보면 학기 당 225만 원, 국립대 공대 학비는 커버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봤자 원자력공학과가 있는 국립대는 학부기준 '서울대' 와 '카이스트'뿐이다. 나머지 한양, 경희, 중앙, 조선, 동국은 사립대니까 학비도 커버가 안 된다.
이렇게 보면 참 가성비가 없는 자격증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쟁이'라면 원자력기사에 도전해볼 것을 추천한다. 가성비는 없더라도 가심비는 있지 않을까? 전기기사를 가진 덕광후만큼의 만족감은 아닐지라도 말이다.
2. 원자력기사 시험 일정 및 시험 장소
원자력기사 시험 일정과 장소는 응시인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응시인원이 100명도 채 되지 않았던 2010년 이전과는 달리 요즘은 그래도 매년 200명 정도 시험을 보지만, 그래도 전기나 기계기사와 같은 메이저 기사자격증에 비해 응시인원이 턱없이 적다. 그래서 메이저 기사가 1년에 2~3회 시험을 볼 수 있는 것과는 다르게 원자력기사는 1년에 딱 한 번 볼 수 있다. 그것도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적 재난상황이라면 2020년처럼 시험 자체가 없을 수 있다. 취준생 입장에서는 난감한 게 공채 서류를 통과하려면 기사를 따야 하는데 시험 자체가 없어지면 지원을 할 수가 없게 된다. 그래도 다음 해인 2021년에는 상반기에 한 번, 하반기에 한 번 총 두 번 시험이 열렸다. 이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8월 초 시험접수를 시작으로 필기 8월, 실기 11월, 12월 초 최종 발표까지 4개월의 여정을 걷게 된다.
시험 장소는 원자력의 메카(원자력의 메카인데 정작 원안위는 광화문에 있는 것이 함정)이자 노잼의 도시 '대전'이다. 원자력의 삼대장인 KINS, KINAC, KAERI가 있는 대전에서 연중 모든 원자력관련 자격증 시험을 보게 된다(시뮬레이터를 사용해야 하는 SRO 실기시험은 제외하고). 아무래도 정부기관(과학기술정보통신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위탁을 받아 시험을 주관하는 KINS 본원이 대전에 있어서일수도 있고, 형평성 측면에서도 전국에서 시험장 한 군데를 정해야 한다면 38선 이남 대한민국의 지리적 중심은 대전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원자력기사 필기시험은 보통 충남대학교에서 본다. 실기 필답형은 KINS, 작업형은 KAERI에서 보는데, 2023년부터 실기시험에 작업형이 사라지면서 그나마 동선이 짧아지고 수험생들의 택시비가 굳게 되었다. 어찌되었든 대전은 원자력으로 밥벌어먹고 사는 사람이라면 제2의 고향과 다름없는 곳이다.
3. 원자력기사 시험 과목
다른 기사와 마찬가지로 원자력기사도 4지선다의 객관식 유형의 필기시험과 필기시험 합격 후에 보는 실기시험으로 구분할 수 있다.
○ 필기시험
다섯 개 과목이 있고 과목 당 20문제가 출제된다. 시험시간은 1교시(2과목), 2교시(3과목)으로 중간에 휴식시간 20분이 주어진다. 시험 시간은 1교시가 60분, 2교시가 90분으로 과목 당 30분 정도 할당해서 문제를 풀면 된다. 사실 객관식이기도 하고, 모르는 문제는 찍을 수 있기 때문에 서술형 시험처럼 시간이 부족하거나 하는 일은 없다. 사람마다 어렵게 느끼는 과목이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과목별 난이도를 평가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원자력기초(난이도: ★☆☆)
기초 핵물리, 핵반응, 중성자 동특성 등 원자로이론과 원자로 종류 및 특성에 대한 문제들이 출제된다. 학부 2학년 때 배우는 개론수준의 기초과목이기 때문에 난이도는 다섯 과목 중에 가장 쉬운 편이고, 전략적으로 원자력기초 과목에서 고득점을 해 놓는 것이 좋다.
핵연료와 핵화학공학(난이도: ★★☆)
핵화학(수질관리 및 부식), 방사화학(방사평형 및 방사화분석), 핵연료주기(선행 및 후행핵주기) 및 핵연료(핵재료, 연료건전성 등)에 관한 문제들이 출제된다. 개인별 편차가 있겠지만, 기출문제를 제대로 공부했다면 익숙한 문제들이 주로 나오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풀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핵연료물질취급자(RM) 면허의 1,2교시와 내용이 겹치는 게 많으므로 제대로 해놓으면 RM 면허 취득시 도움이 된다.
원자력계통공학(난이도: ★★☆ 또는 ★★★)
기계공학쪽 이론(열역학, 유체역학, 열전달)과 원자력발전소 계통을 커버하는 과목이다. 일반기계기사나 공조냉동기사 수준보다는 쉬운 난이도로 출제된다. 이쪽 과목에 취약한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사용하는 공식이 정해져 있으므로 기출문제 풀면서 익숙해지면 된다. 문제는 계통인데, 시중에 자료가 잘 없다. 그래도 구글에 찾아보면 어떻게 유출되었는지 모르겠는데, 표준형원전 계통 자료들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RCS, CVCS, ESF, I&C 계통이 주로 나오므로 이를 제외한 잡계통은 굳이 안 봐도 된다.
원자로운전과 안전(난이도: ★★☆ 또는 ★★★)
원자로 제어(운전)와 원자로 안전, 그리고 사고해석을 다룬다. 원자력발전소 RO나 노심관련 업무수행자가 아니면 어려울 수 있지만, 학부 3,4학년 때 노물리 과목에서 어느 정도 커버하는 범위이다. 잘 모르는 내용을 구글링 할 때 한글 말고 영어로 검색해 보면 양질의 자료를 구할 수 있다. 사고해석은 쉬운 건 쉽고, 잘 이해가 안되는 건 또 잘 안 되는 경향이 있다. 설계원리나 심층방어, 사건등급 분류 등은 외우고 넘어가도 되지만, 설계기준사고나 중대사고에서 잘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다. 후쿠시마, 체르노빌, TMI는 원전사고의 대표적인 사례이므로 내용정리를 한 번 하고 넘어가면 좋다.
방사선이용 및 보건물리(난이도: ★☆☆)
보통 원자력기사를 준비하는 사람은 RI면허를 가지고 있거나 혹은 병행하여 준비할 것이다. 따라서 방사선 특성, 계측이론, 보건물리 및 동위원소 이용 등을 다루는 이 과목이 낯설거나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많이 본 것들이 계속 나오니까 기출문제를 돌리면서 잘 정리하면 무난히 넘어갈 수 있다. 특히 계산문제는 꼭 나오므로 유형별로 한 번씩 풀어보자.
필기시험의 변수는 핵연료, 계통, 안전운전이다. 항상 한 과목정도는 어렵게 출제되므로 그런 과목은 40점만 넘기고, 나머지 2개는 60점을 넘기자. 그리고 전략과목인 원자력기초나 방사선에서 고득점(80점 정도)하면 필기는 무난히(사실 아슬아슬하게?) 합격할 수 있을 것이다.
○ 실기시험
필답형
단답형 및 서술형으로 작성하는 주관식 시험이다. 출제기준을 보면 계측이론, 안전관리, 감시설비 운영 등 방사선/방사성동위원소 이용 실무관련 분야와 계통, 폐기물관리, 핵연료, 안전관리 등 원자력발전 실무가 필답형 시험의 범위라고 나와있다. 뭔가 시험범위가 생각보다 넓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상 전범위라고 볼 수 있다. 물론 필기시험처럼 열유체역학 계산이 나오거나 하지는 않지만 이런 것들을 제외하면 필기시험 때 다뤘던 것들이 필답형의 범위라고 보면 된다.
이렇게되면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막막하다고 느낄 수 있다. 특히 필기시험도 보기 전부터 실기를 준비하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에(재수가 아닌 이상) 필기시험 합격 소식을 듣고부터 실기시험장이 들어가기 전까지 시간적인 여유가 결코 길지 않다. 결론은 기출에 있다. 일단 기출문제를 열심히 보자. 사실 이것도 양이 적지 않다.
작업형
올해(2022년)까지는 작업형 시험이 유지되고, 2023년부터 적어도 5년 간은 사라질 작업형 시험이다. 학부생 입장에서 원자력분야 실험실습을 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작업형 시험이 없어지는게 개인적으로 아쉬울 따름이다. 경희대학교 원자로센터 실습이나 KAERI 단기연수에서 다루는 정도의 실습은 모든 학부생이 했으면 좋을텐데. 그나마 저렴하게 할 수 있는 것이 GM계수관으로 선원의 방사능을 측정하는 것이기에 출제되는 것은 정해져 있다. GM계수관의 플래토우를 그리고 동작전압을 찾고 선원제원을 이용하여 계수효율을 구하는 것. 조금 어렵게 나온다면, 두 가지 종류의 선원의 방사능을 측정하여 2선원법으로 계수관의 불감시간을 계산하는 것도 나올 수 있다.
4. 원자력기사 응시자격
① 산업기사 등급 이상의 자격을 취득한 후 응시하려는 종목이 속하는 동일 및 유사 직무분야에서 1년 이상 실무에 종사 한 사람
② 기능사 자격을 취득한 후 응시하려는 종목이 속하는 동일 및 유사 직무분야에서 3년 이상 실무에 종사한 사람
③ 응시하려는 종목이 속하는 동일 및 유사 직무분야의 다른 종목의 기사 등급 이상의 자격을 취득한 사람
④ 관련학과의 대학졸업자등 또는 그 졸업예정자
⑤ 3년제 전문대학 관련학과 졸업자등으로서 졸업 후 응시하려는 종목이 속하는 동일 및 유사 직무분야에서 1년 이상 실무에 종사한 사람
⑥ 2년제 전문대학 관련학과 졸업자등으로서 졸업 후 응시하려는 종목이 속하는 동일 및 유사 직무분야에서 2년 이상 실무에 종사한 사람
⑦ 동일 및 유사 직무분야의 기사 수준 기술훈련과정 이수자 또는 그 이수예정자
⑧ 동일 및 유사 직무분야의 산업기사 수준 기술훈련과정 이수자로서 이수 후 응시하려는 종목이 속하는 동일 및 유사 직무분야에서 2년 이상 실무에 종사한 사람
⑨ 응시하려는 종목이 속하는 동일 및 유사 직무분야에서 4년 이상 실무에 종사한 사람 ⑩ 외국에서 동일한 종목에 해당하는 자격을 취득한 사람
원자력기사에 응시하는 사람은 대개 원자력 또는 방사선 전공자일 것이다. 따라서 법에서 정하는 응시자격 중 ④번에 해당된다. 문제는 비전공자인데, 원자력기사의 직무분야는 국가기술자격법 시행규칙 [별표 2]를 따른다.
직무 분야: 26. 환경·에너지
중직무 분야: 262. 에너지·기상
기술/기능 분야: 방사선관리기술사, 원자력발전기술사, 원자력기사
해당 분야의 동일 및 유사 직무분야는 동법 [별표 11의2]를 따른다.
02. 경영·회계·사무 중 024. 생산관리
14. 건설 중 142. 토목
16. 기계
17. 재료
20. 전기·전자 중 201. 전기
따라서 전공자가 아닌 다른 기사자격을 소지한 사람이거나 경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위 다섯가지 분야에 해당하는 자격을 소지하거나 관련 업무를 수행한 사람만이 인정받을 수 있다.
5. 원자력기사 합격률
매년 합격률은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실 합격률은 큰 의미가 없다. 내가 붙냐 떨어지냐가 중요한 것이지. 확실히 2000년대 응시인원이 100명도 되지 않을 때보다 최근 응시인원이 배 이상 늘어났다. 합격률은 신경쓰지 말고 시험 전까지 준비를 잘 한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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