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2018년 공채에 합격한 뒤 공준모에 올렸던 글입니다. 이 글 덕분에 블로그 유입도 많아졌고, 별 볼일 없는 제게
‘월간 리크루트’에서 인터뷰 할 기회도 있었습니다. 입사하고 3년이 훌쩍 넘은, 중고 신입이 된 지금, 예전에 썼던 글을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조금은 나태해졌는데 열심히 살았구나 반성하게 되네요. 본 포스팅은 2018년에 작성된 글입니다. 서류, 면접 등 한수원의 최신 채용 경향과는 상이할 수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신체검사 때문에 마지막까지 마음 졸이게 한 애증의 한수원. 드디어 합격했습니다! 전공 특성상 취업 시장에서의 선택 폭이 매우 좁아서 15년 하반기부터 17년 하반기까지 한수원만 바라보고 필기 네 번, 면접 두 번 총 여섯 번의 도전 끝에 좋은 결과를 얻게 되었어요. 합격하면 꼭 수기 쓰고 싶었는데 이렇게 올리게 되어 감회가 새롭습니다 :)
15년 하반기 한수원 1차 필기 탈
16년 상반기 한수원 1차 필기 탈
16년 중반기 한수원(고졸) 1차 필기 탈
16년 하반기 한수원 1차 필기 탈
16년 하반기 방사선진흥협회(계약직) 2차 면접 탈
17년 상반기 한전 2차 필기 탈
17년 상반기 한수원 최종 면접 탈
17년 상반기 원자력환경공단 1차 서류 탈
17년 하반기 한전KDN(사무) 서류 탈
17년 하반기 코레일(토목) 1차 필기 합(면접 불참)
17년 하반기 한수원 최종합
중간중간 한수원 이외의 회사들은 NCS 연습이나 면접 경험을 쌓으려고 지원한 것들이었고 오로지 한수원만 바라보고 준비했었네요. 한수원의 경우 학부 2년을 수료하면 졸업하지 않더라도 대졸 수준의 대우를 해 줍니다. 그래서 입사 지원은 3학년 1학기 때부터 시험에 응시했었습니다. 학업과 병행한 2015~2016년 공채는 사실 제대로 준비하지는 못했고, 본격적으로 준비해서 응시한 것은 2017년부터였어요. 써놓고 보니 참 많이도 떨어진 것 같은데, 떨어질 때마다 정말 자존감, 자신감도 뚝뚝 떨어지고, 그래도 지나 보니 다 추억이네요.
취업 스펙
○ 학력 및 GPA: 수도권 비전화기 공대, 학점 4.3 만점 기준 3점대 초반(전공 평점 2점대)
○ 공인영어: (구)토익 800 후반, 스피킹 성적 없음
○ 자격증: 원자력기사, RI 면허, 사무자동화산업기사, 한국사 1급, KBS 한국어 3+
○ 경력: 정출연 인턴 1회(5개월)
○ 기타활동: 동아리 X, 공모전 X, 자잘한 봉사활동 몇 번, 아르바이트(수학학원 강사 3년 정도)
처음부터 스펙을 갖추고 취업 시장에 뛰어든 것은 아니었어요. 한수원 시험을 6번 치렀던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짬짬이 준비한 결과이거든요. 사실 한수원은 공인영어성적 기준만 넘으면 별다른 스펙이 필요 없고, 학점, 기사, 경력 등도 블라인드라서 합격의 당락을 좌우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제 주변에도 기사 하나 없이, 인턴 경험 하나 없이 한수원 입사한 사람들도 꽤 있었답니다.
메리트가 있는 것도 아닌데 스펙을 준비한 이유는 뭐랄까, 매번 필기에 낙방하니 NCS만 집중해서 준비할까 싶다가도, 혹시나 또 필기에서 떨어진다면 준비한 시간을 뒤돌아봤을 때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는 꼴이 돼버려서 허탈감이 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NCS에 올인하기보다 소소한 성취를 위해 이것저것 도전했던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는 여러 번의 필기 탈락이라는 좌절 속에서 그나마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던 건 이러한 소소한 성취 덕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스펙은 한전 서류 가점에 초점을 두고 준비했어요. 2016 상반기 한전 지원 당시(원자력 직군) 115점으로 서류 합이었는데, 지금 기준으로는 토익(100)+쌍 기사(20, 원자력기사+RI 면허)+컴퓨터(5)+한국어(5)+한국사(5)=135점이었네요. 중요한 것은 ‘한수원 입사에 있어서 스펙은 별 의미가 없다.’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Comment]
2021년 하반기 기준, 한수원 서류전형이 옛날보다 까다로워졌습니다. 지원 가능 기준이었던 공인영어는 점수 구간별로 서류점수에 차이가 생기고, 지원분야 전공 기사, 한국어, 컴퓨터활용, 한국사, 영어 스피킹, 체험형인턴 성적 등 정량적으로 평가가 들어갑니다. 자소서도 마찬가지로 유사성이나 블라인드 등을 고려하여 Pass or Fail 이 적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필기 준비
1. NCS
2016년 상반기를 기점으로 NCS가 도입되면서 필기시험이 과도기를 맞았는데요. 공채마다 필기시험 유형이 계속해서 바뀐 터라 준비하기가 굉장히 힘들고 답도 안 나오더라구요. 도형, 소금물 농도 계산, 어휘 등과 같은 대기업 인적성 유형에서 벗어나 NCS로 바뀌었는데, 초반엔 출제기관도 NCS가 무엇인지 감을 못 잡았는지 지원자로서는 교재도 마땅치 않고 공부를 해도 별 효과도 없는 것 같고 막막하기만 하더라구요.
그래도 안 할 수는 없으니 당장은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 같아도 혼자 책 사서 풀어도 보고, 스터디도 해보고, PSAT 인강도 들어보고 이것저것 시도를 많이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렇게라도 노력을 했기 때문에 성적이 조금이나마 오른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NCS는 혼자서 하는 것보다 스터디를 하고, 단순히 문제 풀고 채점하고 끝이 아니라 피드백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틀린 문제, 맞긴 했는데 긴가민가 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답을 고르게 되는 사고 과정을 복기하면서 앞으로 비슷한 문제가 나왔을 때 어떻게 풀어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지, 정답률을 높일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해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중요한 게 있다면 그것은 교재선정! 진짜 출판사들 반성 많이 해야 할 것 같은데 안 그래도 가난한 취준생 비싼 돈 주고 책 사는데 문제가 막 옛날 유형 나오고 절대 한수원 필기에 나올 것 같지 않은 문제들로 종이 낭비해 놓은 것을 볼 때마다 돈도 아깝고 서럽고 짜증 나고 욕 나오고.
그래도 최근에는 NCS가 어느 정도 자리잡아서 교재나 인터넷강의 등의 퀄리티가 많이 나아졌다고 하네요.
2. 전공
한수원 전공 시험의 난이도는 기사 필기 수준과 비슷하거나 조금 낮다고 생각해요. 한수원 전공 준비하면서 겸사겸사 원자력기사나 RI 면허 공부를 하신다면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시간이 촉박하다면 인터넷 검색해서 한수원 필기 전공 문제 복원한 자료들 찾아 기출 문제 위주로 어떤 내용이 출제되었는지 보는 것부터 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3. 시험 운영
사람마다 누구는 최대한 많이 푸는 게 좋다, 적당히 풀어도 정확하게 푸는 게 좋다 의견이 조금씩 달라지는 부분인데요. 정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최대한 많이 풀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문제를 골라서 풀었었는데, 그때마다 매번 필기에 떨어졌거든요. 2017년 상반기부터는 순서대로 풀되, 손을 댄 문제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답을 고르자는 생각을 가지고 시험을 봤더니, 상반기는 뒤에 12문제를 읽지도 못하고 3번으로 줄 세우고, 하반기에는 뒤에 15문제를 2번으로 줄 세우는 비극이 발생하더라구요. 그전까지는 건너뛴 문제가 5개~10개 사이였었는데.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렇게 12개, 15개 줄 세웠음에도 두 번 다 필기는 통과했습니다. 사실 필기 붙고 왜 붙었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망했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푼 문제들의 정답률이 높았다는 결론밖에 이걸 설명할 수 있겠더라구요. 아무튼 요지는 그겁니다. 신속! 정확! 명확!
2015년 하반기 점수는 기억 안 나고, 떨어졌던 2016년도 두 번의 필기 성적입니다. NCS를 공부하면 이게 공부를 해서 실력이 오르는 건지 아닌 건지 잘 모르겠고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 같아도 꾸준히 하다 보면 분명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면접
2017년 상반기에는 필기 합격이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인 것 같아서 스터디보다는 그래도 조금은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학원이 좋지 않을까 싶어 학원의 도움을 받았어요. 평소 말을 못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학원 다니면서 연습한 것을 녹음해서 듣고, 또 녹화한 영상을 보니 멍청이도 이런 멍청이가 없더라구요. 정말인지 손발이 오그라들고 스스로가 너무 창피할 정도로.
나름 열심히 준비한다고 했는데, 첫 번째 면접이라 긴장도 많이 했고, 뭐랄까, 뇌를 거치지 않고 말을 했구나 싶을 정도로 답변이 미숙해서 그런지 떨어졌습니다. 그냥 인성 면접 보고 나오면서 이번은 안 되겠구나 싶었어요. 최종 불합격 통보를 받고 나서 떨어진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세 가지로 요약되더라구요.
1. 공기업은 튀는 사람 안 좋아하니깐 괜히 나대지 말고 타 지원자들에 묻혀서 중간만 가자는 마인드
2. 집중력 부족, 면접관이 질문한 것의 요지를 파악하지 못하고 횡설수설한 답변
3. 부족한 경험, 스펙으로 인한 자신감 결여
다음 면접 기회가 온다면 저 세 가지는 꼭 고쳐서 면접장에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을 뼈저리게 했던 것 같아요.
정말 운 좋게도 바로 다음 대졸 공채인 2017년 하반기 채용에서 필기에 합격하여 두 번째 면접을 볼 기회를 얻게 되었는데요. 당시 원자력연구원에서 인턴으로 근무했기 때문에 주말밖엔 시간이 없어서, 취업 카페에서 주말 면접 스터디를 모집했어요. 저까지 다섯 명이 모여서 면접 전까지 다섯 번 정도 만나면서 직무토론, 창의 토론 위주로 준비했어요. 영어면접은 제가 영어를 너무 못해서 예상 질문과 답안을 뽑아서 A4용지 2~3장 정도로 스크립트를 정리하고 암기해서 들어갔는데, 다행히 예상했던 질문들이 나와서 유창하지는 않지만 짧게라도 할 말은 어느 정도 하고 나왔던 것 같습니다.
관찰 면접이 2017년 하반기부터 새로 도입된다고 해서 도대체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했었거든요. 그런데 그건 모든 지원자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따로 준비는 안 하고 들어갔어요. 대신 같이 스터디를 준비한 친구 중에 먼저 시험을 치르고 온 사람이 어떤 식으로 시험이 나오는지 귀띔을 해 줘서 마음의 준비를 잘할 수 있었어요.
다만 인성 면접(개별면접)은 혼자서 자소서 위주로 답변을 준비해보고 출퇴근길에 혼자서 중얼중얼하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했었는데, 다행히도 면접관님 질문에 막힘없이 대답한 것 같아서 끝나고 나오면서 미련이 남거나 그러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1. 가면 갈수록 면접을 보는 지원자들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상향평준화 되는 것 같습니다. 묻어간다기 보다는 정말 적극적인 자세로 임할 필요가 있습니다.
2. 영어면접, 창의토론, 관찰면접 중 조형물만들기는 폐지되었습니다.
멘탈/스트레스 관리
평소 뭐랄까 스트레스에 대한 역치가 높다고 해야 하나? 취업 준비를 하면서 아예 걱정 근심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냥 막연하게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스트레스는 크게 받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도 상반기 면접에서 한 번 떨어지니까 자꾸 실수한 것들이 생각나고 가끔은 짜증 나긴 했는데 어차피 인생은 길고 공기업은 정년까지 일 (열심히) 할 수 있으니까 조급해하지 말자고 스스로 최면을 걸었던 것 같아요. 만약 아예 며칠 또는 몇 주를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취업 생각 없이 놀아야지 했다면 마음 편히 놀지 못해서 더욱 스트레스받았을 것 같아요. 잠깐 휴식은 취하되 일상의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 제 나름의 멘탈 관리, 스트레스 관리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람마다 성향이 다 다르므로 여러분만의 스타일대로 취업 준비라는 여정에 큰 무리가 가지 않도록 멘탈, 스트레스 관리를 잘하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엊그제 간만에 여유를 만끽하며 침대에 누워 인터넷을 보다가 청년실업률이 외환위기 때만큼 높다는 기사를 읽었는데요. 한수원 같은 좋은 기업의 수는 적고, 경쟁률은 높아서 취업이 힘들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취업 준비를 하다 보면, 서류에서 떨어지고, 필기에서 떨어지고, 면접에서 떨어질 때마다 자존감도 같이 떨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하지만 이건 우리가 부족하고 모자라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 점을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고, 힘내시라는 말조차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조금만 더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1. 최초작성(2020. 1. 9.)
2. 1차수정(2021.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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