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원자력 이슈

우리나라 핵폐기물 재활용을 미국이 ‘OK’ 했다고?

by 폴로늄홍차 2021. 9. 5.
반응형

꽤나 자극적이다. 핵폐기물 재활용이 아니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라고 하자. 원자력발전소의 폐연료봉을 재활용하여 4세대 원전의 핵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파이로프로세싱(Pyro-processing) 연구 결과(JFCS 보고서)를 지난달 미국이 공식 승인한 것으로 확인되었다는 기사. 파이로-SFR(소듐고속로)의 기술적 타당성, 경제성, 및 핵 비확산성에 대한 근거를 담은 자료로 2011년부터 ·미 양국이 공동연구한 최종 결과를 양 정부가 모두 승인했다.

 

사용후핵연료

사용후핵연료가 중요한 이유

석유나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는 공기를 차단하거나 온도를 낮추면 더 이상의 연소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 핵연료는 핵분열반응을 중지시켜도 핵분열로 생성된 불안정한 물질이 붕괴하여 지속해서 열과 방사선을 방출한다. 그렇기에 최대한 안전하게 사용후핵연료를 취급해야 한다.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하는 게 왜 중요할까? 그것은 바로 우리나라의 사용후핵연료 저장 포화율 때문이다. 2030년부터 국내 원전들은 소내 습식 저장시설(사용후연료저장조)이 포화되기 시작한다. 만약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더는 원자력발전을 하지 못한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현재 저장하고 있는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처리해야 한다.

 

사용후핵연료, 어떻게 처리할까?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하는 방법은 오직 두 가지뿐이다. 재처리와 영구처분.

재처리는 사용후핵연료를 화학적 방법으로 처리하여 우라늄 등 재사용이 가능한 물질을 회수함으로써 방사성폐기물 양을 줄이고 방사능도 줄이는 방법이다. 습식재처리와 건식재처리로 구분한다. 습식재처리는 사용후핵연료에서 우라늄과 플루토늄만을 분리하여 추출하는 방법으로 프랑스, 미국, 일본, 러시아에서 사용하고 있다. 플루토늄 추출은 상당히 민감한 사항이다. 왜냐하면 플루토늄이 바로 핵무기의 재료이기 때문이다. 기술이 있냐 없냐를 떠나서 우리가 습식재처리를 하기에는 미국을 비롯한 주변 국가들의 반대가 심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로 건식재처리(파이로)이다. 아직 상용화된 방법은 아니고 연구실 단위에서 개발 중인 기술로 우리나라는 10년 넘게 연구해오고 있다. 지난달 미국의 승인을 받은 것이 바로 이 파이로프로세싱이라는 기술이다. 습식재처리와는 달리 플루토늄만을 별도로 추출할 수 없다. 그래서 이 기술로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하면 핵무기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 쉽게 말하면 석탄이랑 쓰레기가 섞인 걸 석탄만 따로 골라내지 않고 통으로 모아서 연료로 쓰는 것이다.

 

탈원전 정책의 문제점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하는 또 다른 방법

재처리 이외의 방법은 단 한 가지, 영구처분뿐이다. 물속 또는 공기 중에서 열과 방사능을 어느 정도 식힌 사용후핵연료를 땅 깊은 곳에 묻는 것이다. 초등학교 강당 몇 개면 크기의 시설이면 몇십 년 치 사용후핵연료를 수용할 수 있지만, 시설을 어디에 건설하고, 과연 이를 받아들일 곳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래서 원자력은 항상 주민 수용성이 문제이다.

 

정리하면 미국에서 승인한 것은 우리나라의 재처리가 아니다. 파이로프로세싱이라는 건식재처리 기술에 대한 승인이며, 실제 재처리를 하게 해줄 것인가는 별개의 문제이다. 백날 연구해봤자 미국이 뒷짐 지고 안돼, 안 바꿔줘, 바꿔줄 생각 없어, 빨리 돌아가-를 시전해버리면 말짱 도루묵이다. 설령 OK 해준다고 하더라도 갈 길이 멀다. 법 개정, 공론화, 재처리시설 부지 인근 지역주민에 대한 보상, 정치 상황 등등 앞길이 구만리이다. 탈원전에 무논리로 일관하며 병적으로 집착하는 세력이 정권을 잡는 한 안 할 가능성 농후하다. 왜냐? 소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이 포화되면 원자력발전을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상황이 자연스럽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파이로로 만든 연료를 태울 4세대 발전소 개발 계획도 현재로서는 흐지부지하다. 미국이 지난달 4세대 원전에 대한 인허가를 내주었고, 옆 나라 중국은 원전 굴기라는 목표 아래 나날이 기술 발전에 힘쓰고 있다. 정작 우리나라는 어떤가? 정쟁의 희생양이 되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미래 세대에게 알게 모르게 전가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이슈의 의의는 원전 관련주식의 단기적 상승에 그 이상은 아니다. 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할 뿐이다.

 

참고링크

 - https://news.naver.com/main/read.naver?mode=LSD&mec&sid1=105&oid=015&aid=00

 - https://www.hankyung.com/opinion/article/2021090285781


1. 최초작성(2021. 9. 5.)

2. 1차수정(2021. 9. 7.): 링크 추가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