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기에 취약한 경우, 법은 공부하기 정말 막막한 과목이다. 이때 선택지는 두 개다. 하나는 무식하게 될 때까지 어떻게든 씹어먹는 방법, 그리고 다른 하나는 나올 만한 것들을 취사선택하여 암기량을 줄이고 기도메타로 버티는 방법이다. 사실 둘 다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거의 대부분은 후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암기가 자신 있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4교시의 전략은 단 하나, ‘과락 면하기’이다. 4지선다 객관식 5문제를 한 줄로 찍어서 얻을 수 있는 점수의 기댓값은 ‘(정답 확률 0.25)×(객관식 5문제)×(배점 5점)=6.25점’이다. 실제 시험에서 소숫점 점수는 나올 수 없으므로 최악을 가정하면, 5문제 중 1개만 맞아 5점을 얻는 것이다. 그렇다면 만회는 총점 75점인 서술형에서 최소 35점을 맞아야 과락 40점이 된다. 우리는 이 35점을 얻기 위해서 다음의 전략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목차 >
1. 용어 정의, 너만은 무조건 맞추고 간다!
2. 암기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그룹핑(Grouping)법
3. 외우지 않고 외운다, 스토리텔링(Stroy-telling)법과 이미지(Image)화
4. 오감(五感)을 만족시켜 암기효율 올리기
5. 어떻게 해도 정말 안 외워지는 것
1. 용어 정의, 너만은 무조건 맞추고 간다!
용어 정의 문제는 무조건 한 문제는 출제된다고 보면 좋다. (한 문제라고 했지만, 보통 한 문제에 2개 내지 3개의 용어를 묻는다.) 배점은 10∼15점 정도로 다른 서술형 문제에 비해 크지는 않지만 1, 2점이 아쉬운 법 과목에서 용어는 놓칠 수 없는 문제이다. 그나마 용어 정의는 정답이 한두 문장 정도로 짧게 끝나는 게 대부분이라 암기의 부담이 덜하므로, 무조건 용어에서만큼은 점수를 얻고 간다고 생각하자.
필자의 경우 시험 한 달 전부터 법을 시작했는데, 매일 용어 정의 100개를 타이핑하는 것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필사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무엇보다 손이 아파서 하기가 싫다. 그나마 타이핑은 손이 아프지는 않다. 필사와 비교했을 때 타자를 치면서 암기하는 것이 별 다른 차이가 있지는 않았다. 오히려 속도면에서 더 빨라서 좋다. 그렇다고 외워야 하는 용어가 양이 적은 것은 아니다. 출제될만한 용어가 100개정도 된다 하더라도 타이핑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꽤 길다. 그러나 일주일 정도만 해도 100개 중에 30∼40%는 굳이 다시 안봐도 잘 외워지는 것들이라 갈수록 시간은 짧아질 것이다.
2. 암기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그루핑(Grouping)법
다음은 비슷한 것끼리 묶어 암기량을 줄이는 그루핑법이다. 법은 보다 보면 비슷한 말들의 나열이다. 예를 들어 ‘핵연료주기사업과 핵연료물질 사용에 대한 허가·지정기준’을 모두 통째로 외우려면 띄어쓰기 불포함 대략 700자 정도를 머리에 넣어야 한다. 그런데 중복되는 것만 순서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아진다.
1. (사업 수행/사용 또는 소지)에 필요한 기술능력을 확보
2. 시설의 위치, 구조, 설비(및 성능)가 기술기준에 적합하여 재해방지에 지장이 없을 것
3. (시설 운영/사용 또는 소지)로 발생하는 방사성물질로부터 국민 건강, 환경상 위해 방지를 위한 기준에 적합
4. (사업/사용 또는 소지)에 필요한 조직(및 부서) 구성, 업무수행에 요구되는 책임과 권한 부여
5. (사업/사용)에 종사하는 자가 책임과 권한에 상응하는 자격과 경험을 갖출 것
괄호는 핵연료주기사업과 핵연료물질 사용이 다른 부분이므로 이를 제외하고 불필요한 조사 등을 털어내면 개조식 5개(190자)만 남는다. 이를 암기하면 핵연료주기시설과 핵연료물질의 사용시설의 허가, 지정기준을 암기하는 것은 끝이 난다. 잠깐, 그런데 좀 더 줄여볼 수 있을 것 같다.
1. 기술능력 확보
2. 기술기준에 적합하여 재해방지에 지장 없음
3. 방사성물질로부터 위해 방지 기준에 적합
4. 필요한 조직 구성 및 책임과 권한 부여
5. 종사자의 자격과 경험
좀 더 살을 털어보면 공백 제외 70자 정도가 남는다. 처음에 외워야 할 700자의 10%만으로도 해당 내용의 암기가 가능하다. 법령은 이렇게 외울 수 있는 것들이 절반 이상이다. 조금은 희망적이지 않는가?
3. 외우지 않고 외운다, 스토리텔링(Story-telling)법과 이미지(Image)화
그루핑으로 요약한 것도 결국은 어느 시점에서는 더 이상 줄이지 못하고 머릿속에 집어넣어야 한다. 이때 암기를 보다 어렵지 않게 만드는 방법이 있다. 조금은 뻔하지만 외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떠오르도록 하는 것이다. 당연하지 않은 것을 암기하는 것보다는 이를 당연한 것으로 바꿔 외우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이 포인트이다. 암기하기 위해서 암기하지 않는 방법을 선택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일 수도 있지만 사실 꽤나 효과적이다.
다시, 위에 그루핑으로 홀쭉해진, 아직 암기하지 못한 70자가 있다. 지금부터는 좀 억지일 수도 있는데 한번 시작해보겠다.
일단 시작은 빙의(?)이다. 나는 지금부터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인데 어떤 아저씨(또는 아줌마)가 자기가 무슨 사업을 하는데 허가 좀 내달라고 집에 찾아온 상황이다. 이때 나는 무엇을 요구할까? 일단 전제는 원자력을 발생시키는 핵연료물질이라는 것은 보통 위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막 방사능도 내뿜고 하다 보니 길가에 돌덩이 만지듯이 할 수는 없다는 것을 위원장인 나는 알고 있다. 일단 이 양반이 이 위험물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1) 그리고 나면 만약에 이 위험물을 취급하는 것 때문에 위험한 상황이 오는 것을 막을 수 있는지 확인할 것이다.(2) 그리고 이 양반이 다루는 물질이 주변 사람과 환경에 위해를 끼치지 않도록 할 수 있는지도 확인할 것이다.(3)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이 양반보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대신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주겠다고 할 것이다.(4) 마지막으로 이 양반이 이 위험물을 다뤘던 경험이 있는지 궁금할 것이다.(5)
글로 표현하다 보니 다소 장황해지긴 했는데, 사람은 아무것도 안 하고 멍 때릴 때에도 오만가지 생각을 한다고 하니, 이 정도 망상(?)은 건전한 편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이제 눈을 감고 다시 생각해보자. 핵연료주기시설 또는 핵연료물질의 허가·지정 기준에 대해 말씀해보시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외우진 못하더라도 허허벌판처럼 넓은 4교시 답안지에 어느 정도 답을 써 내려가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외워야 하는 것들을 이미지로 바꾸는 것이다. 예를 들면, ‘원자력이용시설 8가지’를 암기하기 위해서 핵연료주기를 나타내는 이미지를 떠올려보자.
일단 핵연료를 생산하기 위해서 채광, 정련, 변환, 농축 등의 핵연료주기시설(1)이 있고, 핵연료를 태우는 원자로 및 관계시설(2)이 있다. 다 타고 방출된 연료를 저장하는 중간저장시설(3)이 있고, 마지막으로 지하 깊은 곳에 묻어두는 영구처분시설(4)이 있다. 만약 원자로가 동위원소 생산용이라면 RI 사용시설등(5)이나 핵물질사용시설(6)이 있을 수 있고,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한다면 방사성폐기물 처리시설(7)이 될 수 있다. 남은 것은 방사선발생장치(8)와 뿐이다. 이런 방식으로 외울 수 있는 것에는 원자력관계시설, 이용시설, 사용후핵연료저장조 및 운반용기 기술기준 등 매우 다양하다. 암기에 상상력을 더해보자.
4. 오감(五感)을 만족시켜 암기효율 올리기
오감을 이용해서 암기의 효율을 올리는 것의 시작은 눈으로 보는 것이다. 눈으로 보는것은 가장 편한 방법이다.(눈 뜨고 멍떄리면 안 된다...) 여기에 플러스 알파면 충분하다.
필사는 모두가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이고, 앞서 언급한 타이핑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 효과가 있었던 방법은 입으로 중얼거리는 것이다. 눈으로 보면서 입으로 같이 말할 수도 있고, 대강 외워졌던 것은 안 보고 허공에 뱉어보자. 다 말하지 못해도 괜찮다. 생각이 안 나면 바로 눈으로 확인하고 다시 뱉는다. 자기 전에는 부모님, 형제자매, 남편, 아내, 친구 등 사람들 앞에서 공부한 것을 말해본다. 확실히 머릿속에 있는 것은 막힘없이 나오지만 아리까리 한 것은 확실히 티가 난다. 필자처럼 암기에 있어서 게으른(?) 사람은 눈으로 보고 입으로 말하는 것이 제일 편했다. 사람마다 맞는 방법이 다를 수 있으므로 여러 시행착오를 통해 본인만의 조합을 찾도록 하자.
5. 어떻게 해도 정말 안 외워지는 것
어떻게 해도 안 외워지는 것들이 분명 생긴다. 이제는 어쩔 수 없다. 우리가 100 만큼을 암기해야 한다고 했을 때 앞의 4가지 방법을 사용해서 80을 외웠다고 한다면, 남아있는 20은 뭘 해도 안 외워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에는 포기하거나 반복하거나 둘 중에 하나 선택한다. 포기한다면 시험에 나오지 않기를 기도하면 된다. 하지만 안 외워진다고 버리기엔 충분히 출제될 법한 내용이라 찝찝함을 지울 수 없다면 답은 반복이다.
매일 지나는 등굣길 혹은 출근길은 네비게이션을 켜지 않고 갈 수 있는 것처럼 안 외워지는 것은 매일 꾸준히 시험 전날에도, 시험 당일 3교시 끝난 뒤 쉬는 시간에도 보아야 한다. 이때까지도 안 외워진다면 4교시 시작 직전에 눈에 발라 뇌의 RAM에 10초만이라도 저장하면 된다. 시험 시작과 동시에 두문자를 쓰던 시험지에 얼른 적어놓기라도 하자. 이렇게까지 했는데 답을 못썼다면 그 문제는 뭘 해도 틀리는 문제라고 정신승리하자.
이래도 되는 이유가 뭐냐고? 서두에 말했지만 우리의 전략이 과락만 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1. 최초 작성('23. 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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