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펙에서 오는 자신감은 무시할 수 없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 바로 그 때부터 시작하면 된다는 것이다. 필자는 2015년 이후로 몇번의 시험을 낙방하고 2년이 지나고서야 취준생 생활을 청산할 수 있었지만, 취업을 준비하는 시간동안 적지 않은 도전들을 해 왔다. 그 전까지 팀 프로젝트가 싫어서 무조건 이론수업만 고집했던 내가 실험 수업도 수강했고, 인턴도 했었다. 짬짬이 단기 봉사활동도 했으며, 낮은 학점에 대한 열등감에 전공 면허와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러한 경험 덕분에 취업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자소서를 잘 쓰는 것과는 별개로 누적된 경험은 자신감을, 소소한 성공은 자존감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자신감과 자존감은 면접관 앞에서 주눅들지 않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도록 만든 원동력이었다.
취준진담의 번외편으로, 자소서 작성의 일반적인 내용이 아닌 오직 핵쟁이의, 핵쟁이에 의한, 핵쟁이를 위한 대외활동 추천 리스트를 공개한다.
1. 인턴십/계약직
○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 인턴연구원
예전만 해도 학사 딱지로는 인턴도 비빌 엄두도 못냈을 뿐더러 건너건너 알음알음 경험할 수밖에 없었던 양질의 인턴십이었지만, 현재는 주기적으로 체험형 인턴 공개채용의 형태로 채용을 하고 있다. 급여수준은 학사 기준 180만원 수준이며, 모집분야가 상당히 다양한 편이다. 원자력공학의 경우 방사성폐기물 관리, 인간공학, 원자로계통안전, 핵연료기술개발, 가속기개발운영, 방사선안전관리 분야에 지원할 수 있으며, 대전 본원과 경주 분원(양성자가속기센터) 및 정읍 분원
(첨단방사선연구소)에서 근무할 수 있다. 서류와 면접심사를 거쳐 합격하면 인턴연구원으로 약 5개월~1년 정도 근무하면서 연구원만의 분위기를 마음껏 만끽한다면 대학원 생각이 샘솟기도 한다.
○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청년인턴
KAERI 인턴과 쌍벽을 이루는 양질의 인턴십이다. KAERI와 마찬가지로 주기적인 청년 인턴 공개 채용을 실시하며 급여수준은 학사 기준 195만원 수준이다. 모집분야는 대개 KINS 고유 업무인 규제에 대한 지원업무이며, 각 실별로 업무 내용이 상이하다. 서류 및 면접으로 채용이 진행되며, 근무지는 대전으로 고정이다.
○ 한국수력원자력(KHNP) 청년인턴
한수원 정도로 내려오면 객관적으로 경험의 퀄리티가 낮아진다. 대학생들 사이에서 '돈 받고 다니는 독서실'이라는 이야기가 돌 정도로 원자력과 관련된 직무 경험을 하기가 어려운 편이다. 기껏 해야 사무보조 정도. 물론 국가보안시설이기 때문에 경험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인턴이라고 말하기도 좀 그렇다. 채용시 자소서 비중이 크기 때문에 자소서에 신경을 써야 한다. 급여는 184만원 수준이며, 근무지는 UAE센터와 방보원을 제외하고는 전부 오지에 있다. 1회에 한해서 인턴을 연장할 수도 있다.
○ 한국원자력환경공단(KORAD) 체험형인턴
주기적으로 채용하지는 않지만 가뭄에 콩 나듯 뽑는다. 서류와 면접으로 채용이 진행되며 급여는 158만원 수준, 근무지는 경주 본사나 월성지역본부이다. 한수원 청년인턴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한국전력기술(KEPCO E&C) 청년인턴
서류 및 면접전형이 있다. 특이한 점은 서류에서 토익 비중이 가장 크며, 기사 자격증, 한국사 및 스피킹 점수로 걸러진다. 자소서는 적/부 판정에만 영향을 미친다. 근무 기간은 약 6개월이며 근무지는 대다수가 김천 본사이지만 원전본부가 있는 사업소(영광, 울진, 경주, 부산) 및 대전에 소수 티오가 있다. 급여는 월 180만원 수준이다.
○ 한전원자력연료(KNF) 현장실습
의외로 공개채용을 통한 체험형 인턴을 뽑지 않는 기관으로, 소수 인원만 방학 시즌에 학과장 추전, 서류 및 면접 전형을 통해 채용한다. 그래서 인턴이 아니라 현장실습이 된다. 약 170만원의 급여가 제공되므로 인턴십으로 분류했다. 근무지는 대전 본원이다.
○ UAE 원자력공사(ENEC) 인턴십
한국원전수출산업협회(KNA) 주관으로 UAE 바라카 원전에서 현장실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담당업무는 기계, 전기, 배관, 시운전, 안전관리 등 분야별 교육 및 현장실습이며 활동기간은 한 달이다. 해외 인턴십이기 때문에 영어 소통이 어느 정도 가능해야 한다. 원자력기사나 RI 면허 보유자를 우대한다. UAE에 체재하는 4주 간 160만원이 제공되며, 왕복 항공료와 여행자보험비, 주중 숙소비, 식비 및 단체이동 교통비를 지원해준다. 서류 및 면접전형으로 인턴을 선발한다.
○ 기타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 인턴십
공채보다는 원자력공학과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채용한다. 미래와 도전, 오르비텍 등 원자력 유관 중소/강소/벤처기업에서 근무하게 되며 소정의 월급이 제공된다. 공기업/공공기관 인턴십과 다르게 실제로 일을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실무 경험을 원한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지이다.
2. 원자력공학 실험 실습 과정
○ KAERI 단기과정
KAERI 교육센터에서 원자력공 학부생을 대상으로 실험 실습 과정을 운영한다. 대표적으로는 CNS(Compact Nuclear System) 실습이 있는데, 웨스팅하우스 3-loop형 원전의 운전제어반을 컴팩트하게 압축시켜 놓은 시뮬레이터를 활용하여 발전소 기동부터 정상운전, 비상운전을 실습할 수 있다. 과정에는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 견학이나 동위원소 관련 실습도 경우에 따라 포함되기도 한다.
○ 경희대학교 단기과정
국내 유일의 교육용 원자로 AGN-201K를 활용하여 몇 가지 노물리 시험을 할 수 있는 교육과정이다. 경희대학교 학부생의 경우 한 학기 과정으로 진행되는 양의 교육 내용을 약 1주일 남짓한 시간에 집중적으로 교육받기 때문에 다소 빡세다는 의견도 있다. 노물리에 대한 기초 지식이 있는 상태에서 참여한다면 괜찮은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경희대학교 원자로센터에서 진행된다.
○ 조선대학교 단기과정
전라남도 광주에 소재한 조선대학교에서 진행되는 교육과정으로 싸이클로트론 등을 접할 수 있는 과정이다. 최근 국가 지원이 끊기면서 중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제주대학교 단기과정
방사선투과검사(RT)와 같은 비파괴검사 실험 실습 과정이 개설되는 제주대학교 단기 교육과정이다. 보통 방학 시즌에 개설되는데, 휑한 제주대학교의 정문 앞과 교정이 인상깊다. 조선대학교 교육과정과 마찬가지로 현재는 중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3. 기자단/서포터즈/봉사활동 등
○ KEPCO E&C Power engineering camp
한국전력기술에서 학부생 2~3학년을 대상으로 엔지니어링 역량 교육 및 현장견학 등의 활동을 진행한다. 정규직 채용 시 캠프 참여자에 가점이 붙는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현재도 유효한지는 미지수다.
○ KINS/KHNP/KORAD 기자단/서포터즈
각 기관에서 대학생 기자단/서포터즈를 모집하여 교육, 견학 등의 활동을 지원하고 포상한다.
4. 기타(아르바이트, 공모전 등)
○ 공모전
각 학과사무실이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대표적으로 KORAD에서 주최하는 방사성폐기물관리 경진대회 등이 있다.
○ 아르바이트
원자력발전소는 약 15~18개월 주기로 계획예방정비(O/H)를 수행하는데, 이때 지역주민 등을 대상으로 정비업무 지원 아르바이트를 모집한다. 주로 KPS 직원들과 함께 현장에서 정비를 지원한다. 배치 부서에 따라 다르지만 TLD를 착용하고 방사선관리구역 내에서 작업하는 경우도 있다. 워낙 원자력발전소 자체가 안전을 중시하다 보니 근무 강도가 세거나 하지는 않다. 현장의 분위기를 몸소 느끼고 싶다면 추천할만 한 경험이다.
1. 최초작성(2020. 1.14.)
2. 1차수정(2020. 8.29.): 내용 수정 및 사진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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